"2주 만에 나라 하나 분량" — 이란 전쟁이 뿜어낸 탄소, 지구온난화를 얼마나 앞당기고 있나
2026년 3월 27일 · 환경·국제
전쟁은 사람의 목숨만 앗아가는 게 아닙니다. 하늘도 함께 망가뜨립니다. 이란 전쟁이 4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 전쟁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뿜어냈는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그 규모가 더 선명합니다. 전쟁 시작 후 단 14일 만에 약 560만 톤의 CO₂가 배출되었습니다. 이건 아이슬란드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보다 많고, 휘발유 승용차 110만 대가 1년간 내뿜는 양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사진: Pexels (이미지는 참고용입니다)
560만 톤의 탄소, 어디에서 나왔나
영국 퀸메리대학교, 랭커스터대학교, 기후커뮤니티연구소(Climate and Community Institute)가 공동으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탄소 배출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건물 파괴가 가장 컸습니다. 주택 16,191채, 상업시설 3,384곳, 의료시설 77곳, 학교 69곳이 폭격으로 무너졌는데, 건물이 붕괴될 때 콘크리트·철근·유리 등에 내재된 탄소(체화 탄소)가 한꺼번에 방출됩니다. 이것만으로 약 240만 톤의 CO₂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몰디브의 연간 배출량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둘째, 석유 시설 폭격입니다. 테헤란, 샤흐란 등 이란 내 정유시설은 물론이고, 오만·바레인·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의 석유 저장시설과 유조선까지 타격을 받았습니다. 250만~590만 배럴의 원유가 폭발하면서 약 21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셋째, 군사 작전 자체의 연료 소비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주간 6,000개 이상의 표적을 공격했는데, 이는 약 2,500회 출격(1회당 3시간)에 해당합니다. 전투기와 함선, 병력 수송에 소비된 연료만 1억 5천만~2억 7천만 리터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약 53만 톤의 CO₂가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넷째, 파괴된 군사 장비의 재생산입니다. 미국은 F-15 전투기 3대와 KC-135 공중급유기 1대를 잃었고, 이란은 항공기 28대, 함선 21척, 미사일 발사대 약 300기를 잃었습니다. 이 장비들을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약 19만 톤의 탄소가 추가로 배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건물 파괴 (체화 탄소): 약 240만 tCO₂e
• 석유 시설·유조선 폭격: 약 210만 tCO₂e
• 군사 작전 연료 소비: 약 53만 tCO₂e
• 군사 장비 재생산: 약 19만 tCO₂e
• 합계: 약 510만~560만 tCO₂e
이게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안 올 수 있습니다. 비교를 통해 그 심각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전 세계는 연간 약 500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이란 전쟁의 2주간 배출량 560만 톤은 전체의 약 0.01% 수준이니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훨씬 복잡합니다.
만약 이 속도가 1년간 지속된다면, 세계 최저 배출국 84개국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가 됩니다. 전쟁 하나가 수십 개 나라 전체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해 버리는 셈입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전쟁 '이후'에 있습니다. 가자·레바논 전쟁의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전후 재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쟁 자체에서 나온 양의 최소 24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잔해 수거, 건물 재건, 인프라 복구 — 이 모든 과정이 다시 어마어마한 탄소를 만들어냅니다.
사진: Pexels (이미지는 참고용입니다)
테헤란에 내린 '검은 비'
탄소 배출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란 전쟁은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까지 동시에 일으키고 있습니다.
약 2주 전, 테헤란에서는 석유 저장시설과 정유시설이 공습을 받으면서 하늘이 검게 뒤덮였습니다. 그리고 그 매연이 대기 중 수증기와 결합하면서 기름기를 머금은 산성비, 이른바 '검은 비'가 내렸습니다. 당국은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권고해야 했습니다.
NPR 인터뷰에서 분쟁환경관측소(CEOBS)의 더그 웨어 소장은 공습 이후 테헤란이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미세 매연, 중금속 등으로 가득 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오염물질은 토양과 지하수에 스며들어 수십 년간 건강 위협을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페르시아만도 위험합니다. 격침된 선박 약 20척에서 기름이 유출되고 있고, 이 얕고 폐쇄적인 바다에는 산호초, 해초지대 같은 민감한 생태계와 수백 개의 담수화 시설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란과 바레인은 이미 각각 자국 담수화 시설이 공습으로 손상되었다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전쟁이 끝나도 탄소는 끝나지 않는다
연구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쟁 자체의 배출보다 '전쟁 이후'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차단되었고,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흐 비롤 사무총장은 이번 위기가 1970년대 석유 위기와 2022년 가스 위기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런 에너지 위기는 역설적으로 화석연료 의존을 더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화석연료 시추와 LNG 터미널 건설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후커뮤니티연구소의 연구진은 과거 미국 주도의 에너지 충격 이후에는 항상 화석연료 인프라 투자가 급증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전쟁이 또 한 세대의 탄소 의존을 고착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구환경관측소(CEOBS)도 최근 보고서에서 LNG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석탄 같은 전통 화석연료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으며, 설비 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에 이런 흐름은 전쟁이 끝나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진: Pexels (이미지는 참고용입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 이번 위기에서 특히 취약한 위치에 있습니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LNG 역시 중동 공급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에너지 공급 불안에 대응해 석탄화력발전 상한을 완화하고 원전 가동률을 기존 60%대에서 8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문제는 석탄발전이 천연가스 대비 이산화황을 약 4,300배, 미세먼지를 약 390배 더 배출한다는 점입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한 선택이 기후변화 대응을 후퇴시키는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이번 위기가 오히려 화석연료 의존의 위험성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시몬 스틸 사무총장도 이번 전쟁을 화석연료 의존의 실질적 비용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했습니다.
전쟁과 기후, 왜 같이 봐야 하는가
옥스퍼드대학의 네타 크로퍼드 교수는 저서에서 미국 국방부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 기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 세계 군대를 합치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의 약 5.5%를 차지하는데, 이는 항공 산업 전체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군사 분야의 탄소 배출은 국제 기후 협약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퀸메리대학교의 벤자민 나이마크 박사는 무력 충돌로 인한 배출이 제대로 집계되지도, 보고되지도, 논의되지도 않는 상황이며 이는 기후변화의 실제 원인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쟁은 탄소를 뿜고, 탄소는 기후를 바꾸고, 바뀐 기후는 물 부족과 식량 위기를 일으켜 다시 갈등의 불씨가 됩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전쟁의 '환경 비용'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이란 전쟁 첫 2주간 약 560만 톤 CO₂ 배출 — 아이슬란드 1년치 초과
• 최대 배출원은 건물 파괴(240만 톤), 다음은 석유 시설 폭격(210만 톤)
• 1년 지속 시 세계 최저 배출국 84개국 합산과 동일한 규모
• 전후 재건 과정의 탄소 배출은 전쟁의 최소 24배로 추정
• 에너지 위기로 한국·일본 등 석탄발전 회귀 움직임
• 전 세계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은 글로벌 배출의 약 5.5%
본 글은 Climate and Community Institute 분석 보고서, Live Science, NPR, AP통신, ZDNet코리아, 허프포스트코리아 등 국내외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2026년 3월 27일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전쟁 상황 및 관련 수치는 실시간으로 변동되고 있으며,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이란전쟁 탄소배출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호르무즈해협 환경오염 석탄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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